‘새 제도를 발표만 했는데 왜 다들 예전 방식 그대로 일할까요’라는 고민에는 물리학자이자 사회심리학자였던 쿠르트 레빈이 1940년대 제시한 3단계 변화 모델이 정확한 진단을 준다. 레빈은 조직의 변화 과정을 얼음 덩어리의 모양을 바꾸는 것에 비유했다. 얼음을 다른 모양으로 바꾸려면 먼저 녹여야(해동) 하고, 원하는 모양으로 다시 만든 뒤(변화), 그 모양이 유지되도록 다시 얼려야(재동결)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단계인 해동(unfreeze)은 기존의 사고방식과 행동 패턴을 느슨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지금 이 변화가 필요한가’를 구성원들에게 충분히 설득하는 일이다. 이 설명이 부족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가도 저항이 계속된다. 실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해동 단계를 건너뛰고 곧바로 변화(change) 단계로 넘어가는 것이다. 새로운 프로세스나 조직 구조를 공지만 하고 ‘왜’에 대한 설득 과정이 없으면, 구성원들은 겉으로만 따르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기존 방식을 고수한다. 두 번째 단계인 변화 자체는 새로운 행동, 프로세스, 신념을 실제로 도입하고 실행하는 과정이다.
이 시기에는 불확실성과 혼란이 필연적으로 따르기 때문에, 충분한 교육과 지원, 그리고 실수에 관대한 분위기가 필요하다. 세 번째 단계인 재동결(refreeze)은 새롭게 자리 잡은 행동을 조직의 표준으로 굳히는 과정이다. 이 단계에서 새로운 행동을 보상하고, 옛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유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변화는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원래 상태로 되돌아간다. 실제로 많은 조직 변화 실패 사례를 보면, 새 제도를 도입한 뒤 몇 달 만에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재동결 단계를 소홀히 했기 때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변화가 자리 잡을 때까지 새 행동을 계속 강화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레빈의 모델은 단순함 때문에 지금도 널리 쓰이지만, 변화가 항상 이렇게 깔끔한 3단계로 진행되지는 않는다는 비판도 있다. 현대의 조직 변화는 한 번에 끝나지 않고 여러 개의 변화가 동시에, 지속적으로 겹쳐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비판을 반영해 이후 코터의 8단계 모델 같은 후속 이론들이 레빈의 골격 위에 더 세분화된 실행 지침을 더했지만, ‘변화 전에 반드시 공감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레빈의 핵심 통찰 자체는 지금도 거의 모든 변화 관리 이론의 출발점으로 남아 있다.
실무에서 해동 단계를 제대로 거쳤는지 확인하는 간단한 방법은, 변화를 발표한 뒤 구성원들에게 ‘이 변화가 왜 필요한지 본인의 말로 설명해보라’고 요청하는 것이다. 이 질문에 막힘없이 답하지 못한다면 해동이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레빈의 모델은 개인의 습관 변화에도 응용된다. 새로운 습관을 만들려면 먼저 기존 습관에 대한 불편함을 인식하는 해동 단계 없이는, 아무리 좋은 새 습관을 시도해도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이 행동변화 코칭에서 자주 인용된다.
재동결 단계에서 흔히 간과되는 것은 축하의 역할이다. 변화가 자리 잡은 시점에 그 성취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기념하는 절차가, 이후 다시 예전 방식으로 돌아가려는 유혹을 줄이는 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된다. 결국 레빈의 모델이 주는 실천적 교훈은, 변화 관리는 새로운 제도를 발표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전과 후까지 포함하는 긴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음 변화를 계획할 때는 발표 이후 재동결 단계까지 미리 일정에 포함시켜보는 것을 권한다.
레빈의 3단계 모델은 앞서 다룬 상황대응 리더십과 함께 쓰이면 효과적이다. 변화의 단계마다 구성원의 준비도가 다르므로, 해동 단계에서는 지시형에 가깝게, 재동결 단계에서는 위임형에 가깝게 리더십 스타일을 조정할 수 있다. 발표만으로 변화가 완성됐다고 착각하는 조직일수록 같은 시도를 반복해서 실패한다. 결국 레빈의 모델이 주는 실천적 교훈은, 변화 관리는 새로운 제도를 발표하는 순간이 아니라 그 전(해동)과 그 후(재동결)까지 포함하는 긴 과정이라는 것이다.
발표만으로 변화가 완성됐다고 착각하는 조직일수록 같은 변화 시도를 반복해서 실패한다. 발표 이후의 재동결까지 챙기는 것이 변화 관리의 진짜 완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