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프로젝트, 이미 1년을 투자했는데 지금 와서 어떻게 접나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이것이 바로 매몰비용 오류(sunk cost fallacy)가 작동하는 전형적인 순간이다. 매몰비용 오류란 이미 회수할 수 없는 과거의 비용(시간, 돈, 노력)을 현재의 의사결정에 부적절하게 반영하는 인지적 편향을 말한다. ‘이미 이만큼 썼으니 여기서 그만둘 수 없다’는 생각의 흐름이 그 전형이다. 이 편향과 짝을 이루는 개념이 ‘몰입 상승(escalation of commitment)‘이다.
매몰비용 오류가 판단을 왜곡시키는 심리적 원인이라면, 몰입 상승은 그 결과로 실제 나타나는 행동, 즉 실패가 뻔히 보이는 방향에 자원을 계속 더 투입하는 패턴을 가리킨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이론에 따르면, 이미 지출한 비용은 앞으로의 선택에 영향을 주면 안 된다.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 추가로 투입할 자원 대비 앞으로 얻을 수 있는 가치’뿐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과거에 투입한 만큼 그만두기를 더 꺼리게 되는 것이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다.
직장에서 이 오류는 신사업, 채용, 시스템 도입처럼 초기 투자가 큰 의사결정에서 특히 자주 나타난다. ‘지금까지 들어간 예산과 인력이 아까워서’ 명백히 실패로 보이는 프로젝트를 계속 끌고 가는 사례는 여러 조직에서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이 함정에서 벗어나는 실무적 방법은, 의사결정을 할 때 ‘지금까지 얼마를 썼는가’라는 질문 대신 ‘지금 이 시점에서 새로 시작한다면 이 선택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재구성만으로도 매몰비용의 영향력이 크게 줄어든다. 또한 최초 의사결정자와 계속 여부를 재검토하는 사람을 분리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처음 그 결정을 내린 사람은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려는 동기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에, 제3자의 객관적인 재검토가 몰입 상승을 막는 안전장치가 된다. 행동경제학자들은 매몰비용 오류가 유독 강하게 나타나는 조건으로, 그 결정을 처음 내린 사람이 계속 그 프로젝트를 책임지고 있는 경우를 꼽는다.
자신의 과거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 따르는 체면 손상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조직은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를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때, 원래 그 프로젝트를 승인한 사람이 아닌 제3의 위원회가 계속 여부를 판단하게 하는 ‘독립적 재검토’ 절차를 공식화하기도 한다. 개인 차원에서도 이 오류에서 자유롭기는 쉽지 않다. 읽다가 재미없는 책을 ‘이미 반을 읽었으니 끝까지 읽어야 한다’며 붙드는 것도 매몰비용 오류의 소소하지만 전형적인 사례로 흔히 인용된다.
매몰비용 오류는 인간관계에서도 나타난다. 몇 년을 함께했으니까라는 이유만으로 이미 만족스럽지 않은 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이 오류의 연장선에서 설명되곤 한다. 이 오류를 조직적으로 막는 또 다른 장치는 중단 기준을 사전에 정해두는 것이다.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부터 어떤 지표가 이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중단한다는 기준을 미리 합의해두면, 나중에 감정적으로 판단할 필요 없이 그 기준만 확인하면 된다. 결국 매몰비용 오류가 주는 교훈은, 아까워서 못 그만둔다는 감정이 들 때야말로 그 결정을 가장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지금 붙들고 있는 일 중에,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선택하지 않을 것이 있는지 한번 점검해볼 만하다. 매몰비용 오류는 앞서 다룬 손실 회피와 사실상 한 몸으로 움직인다. 지금 그만두면 이미 투입한 것을 손실로 확정 짓는 셈이 되기 때문에, 손실을 피하려는 심리가 매몰비용에 대한 집착을 더 강하게 만든다. 이미 쓴 비용은 어떤 선택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것이 이 오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면 같은 선택을 할지 스스로 물어보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결국 매몰비용 오류가 주는 교훈은, ‘아까워서 못 그만둔다’는 감정이 들 때야말로 그 결정을 가장 냉정하게 재검토해야 할 순간이라는 것이다. 이미 쓴 비용은 어떤 선택을 해도 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반복해서 되새기는 것이 이 오류를 막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미 지난 것은 지난 것으로 두는 연습이 다음 선택을 가볍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