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더 나은 방식인데 왜 다들 바꾸기 싫어할까요’라는 질문에는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과 아모스 트버스키가 1979년 발표한 전망이론(Prospect Theory)의 핵심 개념, 손실 회피가 답이 된다. 두 사람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은 같은 크기의 이득보다 손실을 심리적으로 약 2배에서 2.5배가량 더 크게 느낀다. 흔히 인용되는 손실 회피 계수는 2.25로, ‘손실은 이득보다 훨씬 크게 느껴진다’는 것을 뜻하는 ‘손실이 이득보다 더 크게 아른거린다’는 표현으로 요약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손실과 이득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고 ‘준거점’에 따라 상대적으로 결정된다는 점이다. 현재 상태(현상 유지)를 기준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변화는 실제 이득이 있어도 일단 ‘현재 갖고 있던 것을 잃는’ 프레임으로 먼저 받아들여지기 쉽다. 예를 들어 새로운 업무 시스템으로 바꾸면 장기적으로 효율이 오른다는 것을 알아도, 당장 익숙한 방식을 버려야 한다는 사실이 손실로 먼저 느껴지기 때문에 변화에 대한 저항이 생긴다.
이때 저항하는 사람들이 비합리적인 것이 아니라,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심리 작동 방식이다. 이런 저항을 다루는 실무적 방법 중 하나는 변화를 ‘손실’이 아니라 ‘이득’의 프레임으로 다시 설명하는 것이다. ‘기존 방식을 버린다’는 표현 대신 ‘지금보다 더 나은 방식을 얻는다’는 프레임으로 메시지를 바꾸면 심리적 저항이 줄어드는 경우가 많다. 또한 변화 초기에 되돌릴 수 있는 여지(시범 적용, 일부 부서 우선 적용 등)를 함께 제시하면, 사람들이 느끼는 ‘손실의 확정성’이 줄어들어 저항이 완화된다.
손실 회피는 특히 ‘되돌릴 수 없다’는 인식에서 극대화되기 때문이다. 협상 상황에서도 이 개념은 유용하다. 상대에게 무언가를 양보받으려 할 때, ‘이걸 포기하면’이라는 손실 프레임보다 ‘이렇게 하면 다른 걸 얻는다’는 이득 프레임으로 제안을 재구성하면 상대의 심리적 저항이 줄어드는 것이 여러 협상 연구에서 확인됐다. 카너먼과 트버스키의 전망이론은 이후 카너먼에게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안겨준 행동경제학의 초석이 됐다.
이 이론은 인간이 항상 합리적으로 손익을 계산한다는 전통 경제학의 가정을 정면으로 반박했다는 점에서 학문적으로도 큰 전환점이 됐다. 손실 회피는 투자 결정에서도 흔히 나타난다. 손실 중인 주식을 ‘본전을 찾을 때까지’ 팔지 못하고 계속 들고 있는 행동, 반대로 이익 중인 주식은 조금만 올라도 서둘러 파는 행동 모두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심리에서 비롯된다는 것이 행동재무학에서 반복 확인된 패턴이다. 조직 변화 관리자라면, 변화에 대한 저항을 다룰 때 ‘무엇을 잃는지’에 대한 우려를 먼저 구체적으로 들어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손실에 대한 두려움을 무시하고 이득만 강조하면, 오히려 저항하는 사람은 자신의 우려가 무시당한다고 느껴 더 완강해진다. 손실 회피는 마케팅에서도 널리 활용된다. 지금 가입하지 않으면 이 혜택을 놓친다는 식의 문구가 가입하면 이 혜택을 받는다는 문구보다 더 강한 행동 유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여러 마케팅 실험에서 확인됐다. 조직 개편이나 구조조정처럼 손실이 명백한 변화를 전달할 때는, 모호하게 돌려 말하기보다 손실의 범위를 명확히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낫다.
불확실성 자체가 실제 손실보다 더 큰 심리적 손실 회피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결국 손실 회피 개념이 조직 운영에 주는 교훈은, 변화에 대한 저항을 게으름이나 고집으로만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다음 변화를 설명할 때는 ‘무엇을 잃는지’가 아니라 ‘무엇을 얻는지’로 프레임을 바꿔서 전달해보는 것을 권한다. 손실 회피는 앞서 다룬 확증 편향과 함께 작동하면 특히 위험하다. 이미 진행 중인 프로젝트를 손실로 인식하지 않으려는 심리가, 그 프로젝트가 잘되고 있다는 정보만 확인하려는 확증 편향과 결합해 잘못된 지속을 더욱 강화한다.
결국 손실 회피 개념이 조직 운영에 주는 교훈은, 사람들이 변화를 거부하는 것을 게으름이나 고집으로만 해석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저항의 상당 부분은 손실을 더 크게 느끼는 인간의 보편적인 심리 구조에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