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센티브를 걸었는데 왜 다들 시큰둥할까요’라는 하소연을 종종 듣는다. 심리학자 빅터 브룸이 1964년 제시한 기대이론(Expectancy Theory)이 이 현상을 정확히 설명한다. 브룸은 동기가 세 가지 믿음의 곱으로 결정된다고 봤다. 기대(expectancy, 노력하면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는 믿음), 수단성(instrumentality, 성과를 내면 보상이 따를 것이라는 믿음), 유의성(valence, 그 보상이 나에게 얼마나 가치 있는가)이다.
이 셋은 더하는 관계가 아니라 곱하는 관계다. 즉 M(동기력) = 유의성 × 수단성 × 기대라는 공식으로 표현되는데, 이는 세 요소 중 단 하나라도 0에 가까우면 나머지가 아무리 커도 전체 동기는 0에 수렴한다는 뜻이다. 인센티브가 매력적이어도(유의성은 높음) 동기가 작동하지 않는 가장 흔한 이유는 기대 값이 낮기 때문이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시장 상황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믿는 순간, 보상의 크기와 무관하게 동기는 꺼진다.
수단성이 무너지는 경우도 흔하다. 목표를 달성해도 평가 기준이 불투명하거나, 조직 사정으로 약속된 보상이 자주 축소되는 경험이 쌓이면, ‘성과를 내도 어차피 보상은 다르게 결정될 것’이라는 냉소가 생기고 이것이 수단성을 무너뜨린다. 그래서 관리자가 인센티브 설계에서 먼저 점검해야 할 것은 보상의 크기가 아니라, 구성원들이 실제로 ‘내 노력이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는지, 그리고 ‘성과를 내면 정말 보상이 온다’고 믿는지다.
이 두 믿음이 흔들린 상태에서는 어떤 보상 설계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브룸의 공식이 실무에 주는 미묘하지만 중요한 함의는, 세 요소가 곱셈 관계이기 때문에 ‘보상을 키우면 어떻게든 동기가 오를 것’이라는 가정이 틀릴 수 있다는 점이다. 기대나 수단성이 0에 가까우면 보상을 아무리 늘려도 곱셈의 결과는 여전히 0에 가깝다. 이 이론은 이후 포터와 롤러의 확장 모델로 이어지면서, 성과가 만족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족이 성과의 결과일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다소 역발상적인 관점을 제시하는 데도 영향을 줬다.
실무에서 기대 값을 높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목표를 세분화해서 ‘이 정도 노력이면 달성 가능하다’는 구체적인 근거를 함께 제시하는 것이다. 막연히 큰 목표만 던져주고 노력하라고 하면, 애초에 기대 값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브룸의 이론은 특히 영업 조직의 성과급 설계에서 자주 인용된다. 목표가 지나치게 높아 거의 불가능해 보이는 순간, 기대 값이 무너지면서 오히려 영업 활동 자체가 위축되는 역설적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수단성을 관리하는 실무적 방법은 평가 기준과 보상 지급 시점을 최대한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분명히 목표를 달성했는데 보상이 늦어지거나 축소된 경험이 한 번만 쌓여도 이후 몇 년간 수단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 결국 브룸의 기대이론이 주는 실천적 결론은, 동기부여는 보상의 크기 이전에 그 보상에 이르는 경로에 대한 믿음을 먼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센티브를 설계하기 전, 구성원들이 실제로 이 세 가지 믿음을 갖고 있는지부터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순서에 맞다.
브룸의 기대이론은 앞서 다룬 로크의 목표설정 이론과 짝을 이뤄 자주 함께 논의된다. 목표가 아무리 구체적이어도 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대가 없으면 소용없고, 반대로 기대가 있어도 목표가 모호하면 방향을 잃는다는 점에서 두 이론은 서로를 보완한다. 기대, 수단성, 유의성 세 가지를 모두 점검한 뒤에야 보상 설계가 실제로 작동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세 믿음 중 무엇이 흔들렸는지부터 진단하는 것이 인센티브 설계의 첫걸음이다.
곱셈이라는 구조를 이해하면 어떤 요소부터 손봐야 할지가 명확해진다. 그 믿음의 사슬을 점검하는 습관이 헛된 보상 설계를 막아준다. 결국 브룸의 기대이론은 동기부여를 보상 설계의 문제로만 보지 말고, 그 보상에 이르는 경로 전체에 대한 신뢰의 문제로 봐야 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목표의 현실성, 평가의 투명성, 보상 이행의 일관성이 함께 갖춰져야 인센티브가 실제로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