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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11 대인관계와 소통

    애쉬의 동조 효과 다들 아니라고 하면 나도 눈을 의심하게 된다

    명백히 틀린 답이라도 집단 전체가 그렇다고 말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 대신 다수의 의견에 동조한다는 것을 애쉬의 실험이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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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애쉬의 동조 효과 — 다들 아니라고 하면 나도 눈을 의심하게 된다

    ‘다들 찬성인 것 같아서 저도 그냥 동의했어요’라는 말을 회의 후에 들을 때마다 사회심리학자 솔로몬 애쉬가 1950년대에 수행한 동조 실험이 떠오른다. 애쉬는 스와스모어 대학의 남학생 50명을 대상으로 이른바 ‘선분 판단 실험’을 진행했다. 참가자는 한 선분의 길이와 같은 길이의 선분을 세 개의 보기 중에서 고르는, 누가 봐도 명백한 과제를 수행했다. 다만 참가자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명은 사전에 미리 짜고 틀린 답을 말하기로 한 실험 협력자였다.

    진짜 참가자는 이 사실을 모른 채, 자신보다 먼저 답하는 여러 사람이 모두 같은 틀린 답을 말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명백히 틀린 답인데도 참가자의 약 36.8%가 적어도 한 번은 집단의 틀린 답에 동조했다. 자신의 눈으로 본 사실보다 다수의 의견을 따르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더 흥미로운 발견은, 협력자 중 단 한 명이라도 정답을 말하면 동조 비율이 최대 80%까지 줄어들었다는 점이다. 단 한 명의 다른 목소리만으로도 개인이 다수의 압력에 맞서 자신의 판단을 지킬 힘을 얻는다는 뜻이다.

    회의실에서 벌어지는 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명백히 문제가 있어 보이는 결정이라도 상급자나 다수가 이미 찬성 쪽으로 기운 분위기에서는, 반대 의견을 가진 사람도 침묵하거나 얼떨결에 동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실험이 조직에 주는 실천적 교훈은 두 가지다. 첫째, 회의에서 의견을 낼 때는 되도록 먼저 발언하거나 익명 방식(사전 서면 의견 등)을 활용해 다수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설계하는 것이 좋다. 둘째, 단 한 명의 다른 목소리가 갖는 힘을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다.

    애쉬 본인은 이 결과를 두고 인간이 원래 순응적이라고 결론짓기보다, 오히려 ‘명백한 사실 앞에서도 소수는 다수에 흔들린다’는 사실 자체에 놀랐다고 술회했다. 그는 사람들 대다수가 여전히 독립적으로 판단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후속 연구들은 집단의 크기가 커질수록 동조 압력이 커지지만, 그 효과는 3~4명 선에서 정점을 찍고 그 이상 늘어나도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줬다. 즉 ‘다수’라는 인상을 주는 데는 아주 큰 규모가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조직에서 이 실험이 주는 가장 실용적인 교훈은 회의 발언 순서 설계다. 상급자나 다수 의견이 먼저 나오는 구조보다, 주니어나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이 먼저 말할 기회를 주는 순서가 동조 압력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애쉬의 실험은 이후 온라인 환경으로도 확장되어 재현됐는데, 익명성이 보장된 온라인 투표 상황에서는 동조 비율이 눈에 띄게 낮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는 대면 상황의 사회적 압력이 동조의 핵심 동력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시켜준다.

    조직에서 익명 설문이나 사전 서면 의견 수렴이 효과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얼굴을 마주하지 않고 의견을 낼 수 있는 통로를 만들어두면, 실제 회의에서는 드러나지 않던 소수 의견이 훨씬 솔직하게 표출된다. 결국 애쉬의 실험이 조직에 주는 경고는,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 회의에서 모두가 같은 의견처럼 보일 때, 한 번 더 다른 관점이 없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습관을 들여볼 만하다.

    애쉬의 동조 효과는 앞서 다룬 확증 편향과 함께 작동할 때 더 위험해진다. 다수의 의견에 동조하면서 동시에 그 의견을 뒷받침하는 근거만 눈에 들어오는 이중의 편향이 겹치면, 조직의 판단력은 급격히 떨어진다. 다수의 의견이라고 해서 항상 옳은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회의실에서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혼자만의 판단이 흔들릴 때, 단 한 명의 다른 목소리가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기억하자. 혼자 다른 의견을 낼 용기가 조직 전체의 판단력을 지켜준다.

    그 다른 목소리 하나가 조직의 판단력을 지켜낸다. 리더 입장에서는 회의에서 의도적으로 ‘악마의 변호인’ 역할을 지정하거나, 다양한 의견을 먼저 듣고 자신의 견해는 나중에 밝히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애쉬의 동조 효과가 조직의 판단력을 갉아먹는 것을 막는 실질적인 방법이다. 이 사실 하나만 기억해도 회의실의 공기는 달라질 수 있다.